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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연
영화가 아닌 세상을 만나는 영화관 알바!
2013.09.22 01:28
wjdah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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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힘겨웠던 재수가 끝난 2011년 겨울,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식당과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영화관은 별거 아니겠지 하며 약간은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마음을 가지고 지원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영화관 알바는 단정한 유니폼입고 편하게 티켓만 끊어주고, 중간중간 틈틈이 영화도 볼 수 있는 꿀알바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오해(?)는 아르바이트가 시작 된 교육 첫 날에 단숨에 깨졌습니다.
우선, 영화관 알바는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영화 표를 판매하는 매표 파트와, 팝콘과 음료수 등 간식을 파는 매점 파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상영관 입구에서 표 확인 등을 도와주는 플로어(floor) 파트입니다.
첫 날에는 매점 파트 교육을 받았는데, 보기에는 그리 쉬워보였던 매점 판매일이 생각보다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뜨거운 팝콘 기계에 손을 데기도 하면서 팝콘을 튀기고, 중간 중간 위생을 위해 바닥, 팝콘 통, 음료 기계 등을 닦고, 팝콘 재료와 10kg~20kg에 달하는 음료 시럽을 창고에서 꺼내 일일이 교체해주는 것까지.. 아~ 이래서 다들 교육 도중에 그만두는구나 싶었습니다. 일이 힘든것도 있지만, 영화관 알바가 편할 것 같다는 착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이 크겠지요ㅋㅋ
매점 파트에서 일하는 것이 익숙해지자 매표 파트와 플로어 파트의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매표 파트에서 교육받고 처음 표를 팔게 되었을 때, 어색한 인사 멘트를 하며 버벅거렸던 행동들과, 제 실수로 인해 정산이 맞지 않아 급여에서 차감되었던 가슴아픈 기억까지.. 지금 회상해보면 웃게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하나 알려주자면, 매표 혹은 매점에서 매일 알바가 끝난 뒤 정산을 하게 되는데 정산시 pos기의 금액과 맞지 않을 때에는 초과 금액 혹은 손실 금액 만큼을 담당 알바가 급여에서 갚게 되어 있었는데, 당시 어린 마음에 정산할 때 금액이 초과하면 영화관에 더 이익인데 왜 우리보고 물어내라는지~ 하며 속으로 따졌던 기억도 있습니다ㅋㅋ. 그만큼 영화관은 손님과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겠지요ㅎㅎ
어찌 됐든, 버텨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하루 하루씩 견디다 보니, 세 가지 파트에 잘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이다 보니 일의 난이도에 상관없이 고객들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으며 괴롭기도 하고, 칭찬 한마디에 일하는 보람을 얻기도 했습니다. 특히, 영화관은 자주 찾는 특정 연령대가 정해진 서비스직들과 달리 어린 아이들부터 나이가 많으신 노인분들까지, 그리고 외국인 분들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알바이기 때문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게 됐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이야기 해보자면,
#할머니 에피소드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매표에서 영화 티켓을 팔던 오전이었습니다. 중년정도 나이로 보이시는 한 남자분과 연세가 많아 보이시는 할머니가 표를 사러 오셨습니다. 알고보니 두 분은 모자지간 이셨는데, 할머님께서 표를 사러 혼자 오시더니 경로 우대로 표를 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저희 영화관에서는 만 65세가 넘으시면 경로 우대로 영화 티켓 값을 반 값으로 할인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할머님께서는 해당 연령보다 낮으셨기 때문에 제가 할인을 해드리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사항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드리자 할머님께서는 갑자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시며 화를 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시내에 타 영화관은 해주는데 왜 여기는 안해주느냐!!" 부터 시작해서 "너네 내가 대통령한테 신고할거다!!" 및 욕설 등... 거의 생 떼에 가깝게 소리를 지르시며 저희를 당황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영화관의 경로 우대 정책은 법적인 정책이 아닌, 영화관의 서비스 차원에서 시행되는 것이라는 사실과, 따라서 타 영화관은 사업자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침착하게 안내해드렸지만 이미 할머님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듯 했습니다.(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영화표를 제 값 다주고 보게되면 아드님이 돈이 많이 드니, 아드님에게 미안한 마음에 저희에게 생 떼아닌 생 떼를 부리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비스직이란 그런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욕설을 들으니 약간 화도 난 상태였고 21살의 혈기로 알바를 할 때다 보니 침착함을 잃기 직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천만 다행히도 그때 마침 밖에서의 큰소리를 들으신 매니저님이 사무실 안에서 나오셔서 침착하게 저 대신 할머님을 대처해 주시면서, 제 심정은 이해하지만 서비스 직인만큼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제가 영화관에서 알바한 4달의 기간동안 이 사건이 가장 당혹스러웠던 사건이었는데요, 하지만 덕분에 이 사건 이후에는 그 어떤 곤란한 일에도 평정심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너무 좋게 해석했나요 ㅎㅎ)
#영화 <26년> 취객 에피소드
이 에피소드는 비교적 최근 것인데요, 영화 <26년>이 개봉할 당시의 일입니다. 그 날은 플로어에서 티켓 확인을 도와드리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간 알바할 당시였으므로 밤 11시가 넘는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었는데, <26년>의 티켓을 끊으신 한 4-50대의 남성분이 걸어오시더니 "26년은 dvd로 볼 수 없는거야?"하며 약간은 화나신 말투로 물으셨습니다.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라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다고 안내해드리니, 티켓 확인 후 영화 표 값이 아까우셨는지 짜증을 내시며 들어가시더군요, 그런데 제게 말을 할 때 술냄새가 확 품기는 걸로 봐서 이미 술을 잔뜩 먹고 오신 듯 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들어가 관람할 것 같아 매니저님께 보고하지 않고 들여보냈는데, 영화관에 들어가려 하시다가 다시 저희 쪽으로 되돌아 오시더니 같이 일하던 여자 알바한테 갑자기 큰소리로 욕을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관 알바생인데다, 나이도 어리고 여자이다보니 우습게 보셨나 봅니다. 욕을 하는 이유는 전혀 저희와 상관없는 이유였고, 침착하게 대응하려 했지만 계속해서 욕을 하셨고, 급기야는 알바를 때리려는 시늉까지 하시길래 바로 매니저님께 연락드렸습니다. 남자 매니저님이 올라오시자 일이 커지는 것에 겁을 드셨는지 술이 완전히 깨셨는지 기적처럼 새사람이 되시더군요ㅋㅋ 매니저님이 욕하셨냐고 여쭤보니, 자신은 절대 욕한 적이 없다며 1인 2역을 멋있게 소화하시더라구요ㅋㅋ 너무도 황당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서비스직이다 보니 매니저님을 통해 처리하는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법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에 제 스스로 독단적으로 판단하여 일을 해결하려 했다면 일이 얼마나 커졌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부정적인 에피소드들만 얘기한것 같아 이제 마음 훈훈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분실물 찾아 드리기 에피소드
영화가 끝나면 상영관 입구에서 퇴장하시는 손님들께 인사를 한 뒤, 다 나가시면 상영관에 분실물은 없는지 확인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 보면 꼭 한분씩은 핸드폰이나 지갑같은 귀중품을 놓고 나가십니다. 그러면 저희는 그러한 분실물들을 챙겨서 매표소에 가져다 줍니다. 그 날도 역시 핸드폰을 상영관에서 발견해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퇴장이 끝난 지 10분 쯤 지났나, 한 20대 여성분이 매우 다급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뛰어 오시더라구요. 멀리서 오시는 표정만 보고도 저는 핸드폰의 주인분이시겠구나 싶어 핸드폰을 돌려드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제게 오시더니 핸드폰을 잊어버렸다며 매우 간절한 표정으로 혹시 찾은 게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제가 이 핸드폰이 맞는지 보여드리며 여쭤보자 그 핸드폰이 맞다며,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폰이라 십년 감수했다고 너무 기뻐하시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는데, 그 땐 정말 마음 한켠에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알바의 피곤함도 고객들의 컴플레인도 모두 날려버릴만한 뿌듯함 이었지요. 그 다음부터는 그 때의 뿌듯함 때문인지 분실물을 찾게 되면 고객분이 어서 찾으러 안오시나~ 하고 내심 기대하기도 했습니다.ㅋㅋ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지친 영화관 알바들을 살아나게 한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영국인 남자와 오징어 에피소드
하루는 매점에서 훈제 오징어를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은 쥐포나 오징어, 오다리 등을 직접 구워 파는 일이다 보니 덥고 땀이나기 때문에 알바들이 하기 싫어하는 파트 중에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그날도 평범하게 오징어를 팔고 있는데, 한 외국인 남성분이 오시더니 매우 어설픈 한국발음으로 오징어를 주문하셨습니다. 영어 발음을 들어보니 영국분이신것 같더라구요. 어쨌든, 최선을 다해 오징어를 구워서 드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징어는 굽는 시간이 걸리다보니 판매 특성상 팝콘 등과 다르게 5분가량 시간이 걸립니다. 이럴 때 꽤 많은 한국 분들은 판매하기 전에 충분히 시간 안내를 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시간 다 돼간다고 땀흘리며 오징어 굽는 저를 재촉하시거나, 제게 짜증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알바들도 사람인지라 짜증이 난 상태로 판매를 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 분께서는 오징어를 굽는 5분가량의 시간동안 단한번의 재촉도 없이 느긋하게 기다려 주시더군요, 별 것 아닌 차이지만 알바생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이 들어 굽는 동안 땀이나고 힘들어도 제 기분이 흐뭇했고, 다른 고객분들도 저 분처럼 조금만 더 알바생들을 존중해준다면 어떨까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관 알바지만, 제가 했던 여러 가지 알바들 중에 가장 사회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고, 화가나도 평정심을 찾는 법이나 인내심을 기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너무나 소중한 알바입니다. 이 때의 기억들은 힘이 들때 제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기억들이어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경험을 쌓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은 그런 알바입니다.
글을 정리하며, 이 글을 읽으신 분들에게 꼭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느끼셨겠지만,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알바들은 큰 힘을 얻을수도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관을 이용하실 때 알바생들도 사람이고,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친구임을 생각하면서 알바들을 조금만 더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글 쓰기 시작할 때는 짧게 쓰려했는데, 쓰다보니 이것 저것 추억이 많이 떠올라 매우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에 식당과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영화관은 별거 아니겠지 하며 약간은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마음을 가지고 지원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영화관 알바는 단정한 유니폼입고 편하게 티켓만 끊어주고, 중간중간 틈틈이 영화도 볼 수 있는 꿀알바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오해(?)는 아르바이트가 시작 된 교육 첫 날에 단숨에 깨졌습니다.
우선, 영화관 알바는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영화 표를 판매하는 매표 파트와, 팝콘과 음료수 등 간식을 파는 매점 파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상영관 입구에서 표 확인 등을 도와주는 플로어(floor) 파트입니다.
첫 날에는 매점 파트 교육을 받았는데, 보기에는 그리 쉬워보였던 매점 판매일이 생각보다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뜨거운 팝콘 기계에 손을 데기도 하면서 팝콘을 튀기고, 중간 중간 위생을 위해 바닥, 팝콘 통, 음료 기계 등을 닦고, 팝콘 재료와 10kg~20kg에 달하는 음료 시럽을 창고에서 꺼내 일일이 교체해주는 것까지.. 아~ 이래서 다들 교육 도중에 그만두는구나 싶었습니다. 일이 힘든것도 있지만, 영화관 알바가 편할 것 같다는 착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이 크겠지요ㅋㅋ
매점 파트에서 일하는 것이 익숙해지자 매표 파트와 플로어 파트의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매표 파트에서 교육받고 처음 표를 팔게 되었을 때, 어색한 인사 멘트를 하며 버벅거렸던 행동들과, 제 실수로 인해 정산이 맞지 않아 급여에서 차감되었던 가슴아픈 기억까지.. 지금 회상해보면 웃게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하나 알려주자면, 매표 혹은 매점에서 매일 알바가 끝난 뒤 정산을 하게 되는데 정산시 pos기의 금액과 맞지 않을 때에는 초과 금액 혹은 손실 금액 만큼을 담당 알바가 급여에서 갚게 되어 있었는데, 당시 어린 마음에 정산할 때 금액이 초과하면 영화관에 더 이익인데 왜 우리보고 물어내라는지~ 하며 속으로 따졌던 기억도 있습니다ㅋㅋ. 그만큼 영화관은 손님과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겠지요ㅎㅎ
어찌 됐든, 버텨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하루 하루씩 견디다 보니, 세 가지 파트에 잘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이다 보니 일의 난이도에 상관없이 고객들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으며 괴롭기도 하고, 칭찬 한마디에 일하는 보람을 얻기도 했습니다. 특히, 영화관은 자주 찾는 특정 연령대가 정해진 서비스직들과 달리 어린 아이들부터 나이가 많으신 노인분들까지, 그리고 외국인 분들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알바이기 때문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게 됐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이야기 해보자면,
#할머니 에피소드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매표에서 영화 티켓을 팔던 오전이었습니다. 중년정도 나이로 보이시는 한 남자분과 연세가 많아 보이시는 할머니가 표를 사러 오셨습니다. 알고보니 두 분은 모자지간 이셨는데, 할머님께서 표를 사러 혼자 오시더니 경로 우대로 표를 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저희 영화관에서는 만 65세가 넘으시면 경로 우대로 영화 티켓 값을 반 값으로 할인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할머님께서는 해당 연령보다 낮으셨기 때문에 제가 할인을 해드리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사항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드리자 할머님께서는 갑자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시며 화를 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시내에 타 영화관은 해주는데 왜 여기는 안해주느냐!!" 부터 시작해서 "너네 내가 대통령한테 신고할거다!!" 및 욕설 등... 거의 생 떼에 가깝게 소리를 지르시며 저희를 당황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영화관의 경로 우대 정책은 법적인 정책이 아닌, 영화관의 서비스 차원에서 시행되는 것이라는 사실과, 따라서 타 영화관은 사업자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침착하게 안내해드렸지만 이미 할머님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듯 했습니다.(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영화표를 제 값 다주고 보게되면 아드님이 돈이 많이 드니, 아드님에게 미안한 마음에 저희에게 생 떼아닌 생 떼를 부리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비스직이란 그런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욕설을 들으니 약간 화도 난 상태였고 21살의 혈기로 알바를 할 때다 보니 침착함을 잃기 직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천만 다행히도 그때 마침 밖에서의 큰소리를 들으신 매니저님이 사무실 안에서 나오셔서 침착하게 저 대신 할머님을 대처해 주시면서, 제 심정은 이해하지만 서비스 직인만큼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제가 영화관에서 알바한 4달의 기간동안 이 사건이 가장 당혹스러웠던 사건이었는데요, 하지만 덕분에 이 사건 이후에는 그 어떤 곤란한 일에도 평정심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너무 좋게 해석했나요 ㅎㅎ)
#영화 <26년> 취객 에피소드
이 에피소드는 비교적 최근 것인데요, 영화 <26년>이 개봉할 당시의 일입니다. 그 날은 플로어에서 티켓 확인을 도와드리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간 알바할 당시였으므로 밤 11시가 넘는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었는데, <26년>의 티켓을 끊으신 한 4-50대의 남성분이 걸어오시더니 "26년은 dvd로 볼 수 없는거야?"하며 약간은 화나신 말투로 물으셨습니다.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라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다고 안내해드리니, 티켓 확인 후 영화 표 값이 아까우셨는지 짜증을 내시며 들어가시더군요, 그런데 제게 말을 할 때 술냄새가 확 품기는 걸로 봐서 이미 술을 잔뜩 먹고 오신 듯 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들어가 관람할 것 같아 매니저님께 보고하지 않고 들여보냈는데, 영화관에 들어가려 하시다가 다시 저희 쪽으로 되돌아 오시더니 같이 일하던 여자 알바한테 갑자기 큰소리로 욕을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관 알바생인데다, 나이도 어리고 여자이다보니 우습게 보셨나 봅니다. 욕을 하는 이유는 전혀 저희와 상관없는 이유였고, 침착하게 대응하려 했지만 계속해서 욕을 하셨고, 급기야는 알바를 때리려는 시늉까지 하시길래 바로 매니저님께 연락드렸습니다. 남자 매니저님이 올라오시자 일이 커지는 것에 겁을 드셨는지 술이 완전히 깨셨는지 기적처럼 새사람이 되시더군요ㅋㅋ 매니저님이 욕하셨냐고 여쭤보니, 자신은 절대 욕한 적이 없다며 1인 2역을 멋있게 소화하시더라구요ㅋㅋ 너무도 황당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서비스직이다 보니 매니저님을 통해 처리하는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법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에 제 스스로 독단적으로 판단하여 일을 해결하려 했다면 일이 얼마나 커졌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부정적인 에피소드들만 얘기한것 같아 이제 마음 훈훈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분실물 찾아 드리기 에피소드
영화가 끝나면 상영관 입구에서 퇴장하시는 손님들께 인사를 한 뒤, 다 나가시면 상영관에 분실물은 없는지 확인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 보면 꼭 한분씩은 핸드폰이나 지갑같은 귀중품을 놓고 나가십니다. 그러면 저희는 그러한 분실물들을 챙겨서 매표소에 가져다 줍니다. 그 날도 역시 핸드폰을 상영관에서 발견해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퇴장이 끝난 지 10분 쯤 지났나, 한 20대 여성분이 매우 다급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뛰어 오시더라구요. 멀리서 오시는 표정만 보고도 저는 핸드폰의 주인분이시겠구나 싶어 핸드폰을 돌려드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제게 오시더니 핸드폰을 잊어버렸다며 매우 간절한 표정으로 혹시 찾은 게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제가 이 핸드폰이 맞는지 보여드리며 여쭤보자 그 핸드폰이 맞다며,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폰이라 십년 감수했다고 너무 기뻐하시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는데, 그 땐 정말 마음 한켠에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알바의 피곤함도 고객들의 컴플레인도 모두 날려버릴만한 뿌듯함 이었지요. 그 다음부터는 그 때의 뿌듯함 때문인지 분실물을 찾게 되면 고객분이 어서 찾으러 안오시나~ 하고 내심 기대하기도 했습니다.ㅋㅋ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지친 영화관 알바들을 살아나게 한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영국인 남자와 오징어 에피소드
하루는 매점에서 훈제 오징어를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은 쥐포나 오징어, 오다리 등을 직접 구워 파는 일이다 보니 덥고 땀이나기 때문에 알바들이 하기 싫어하는 파트 중에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그날도 평범하게 오징어를 팔고 있는데, 한 외국인 남성분이 오시더니 매우 어설픈 한국발음으로 오징어를 주문하셨습니다. 영어 발음을 들어보니 영국분이신것 같더라구요. 어쨌든, 최선을 다해 오징어를 구워서 드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징어는 굽는 시간이 걸리다보니 판매 특성상 팝콘 등과 다르게 5분가량 시간이 걸립니다. 이럴 때 꽤 많은 한국 분들은 판매하기 전에 충분히 시간 안내를 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시간 다 돼간다고 땀흘리며 오징어 굽는 저를 재촉하시거나, 제게 짜증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알바들도 사람인지라 짜증이 난 상태로 판매를 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 분께서는 오징어를 굽는 5분가량의 시간동안 단한번의 재촉도 없이 느긋하게 기다려 주시더군요, 별 것 아닌 차이지만 알바생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이 들어 굽는 동안 땀이나고 힘들어도 제 기분이 흐뭇했고, 다른 고객분들도 저 분처럼 조금만 더 알바생들을 존중해준다면 어떨까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관 알바지만, 제가 했던 여러 가지 알바들 중에 가장 사회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고, 화가나도 평정심을 찾는 법이나 인내심을 기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너무나 소중한 알바입니다. 이 때의 기억들은 힘이 들때 제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기억들이어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경험을 쌓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은 그런 알바입니다.
글을 정리하며, 이 글을 읽으신 분들에게 꼭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느끼셨겠지만,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알바들은 큰 힘을 얻을수도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관을 이용하실 때 알바생들도 사람이고,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친구임을 생각하면서 알바들을 조금만 더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글 쓰기 시작할 때는 짧게 쓰려했는데, 쓰다보니 이것 저것 추억이 많이 떠올라 매우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